목판의 세계
내용 교정 혹은 변개(변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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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본이 만들어지면 원고를 살펴서 교정하는데, 이때는 주로 글자와 내용을 바로잡는다.
글자의 교정은 기본적으로 잘못 판각된 오자를 바로잡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문장 중에 잘못 사용된 허사(虛詞)나 임의로 사용한 이두문 등을 한문 문법에 맞게 교정하기도 한다.

글자의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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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의 교정
내용의 교정은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거나 삭제 혹은 첨가하는 것이다.
내용 교정은 특히 조선총독부 시절에 많이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조선총독부는 모든 출판물을 간행 전에 검열하여 자신들의 통치에 불리한 내용은 전부 삭제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박한묵(朴漢默, 1859-1934)의 ‘화강만고’(華岡?稿)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1936년경 2책으로 편성된 것인데, 초고본에서 중고본을 거쳐 정고본이 만들어지기까지 무려 75% 가량의 내용이
삭제되었다.

‘화강만고’의 주요 내용은 ‘공진회시일기’(共進會時日記)로, 이글에서 박한묵은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공진회를 구경하면서 느꼈던 소감과 에피소드 등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글 속에 군수가 억지로 사람을 동원했거나 관람객에게 향응을 제공했던 일 등의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조선총독부는 그 내용을 검열하여 모두 삭제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조선총독부는 글자 하나도 철저히 검열하였다. 일본을 비하하는 ‘왜’(倭)라는 글자, 조선 임금의 존칭인
‘왕’(王)이라는 글자, 중국 황제의 존칭인 ‘황’(皇)이라는 글자 등은 모두 검열하여 삭제하게 하였다.
오직 일본 천황만이 유일한 황제라고 자처하면서 그것을 조선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내용 수정 요청: 변파록
조선 시대 문집은 주로 학연과 지연, 혈연의 주도 하에 간행되었다.
그런데 문집의 내용 중에는 다른 학파나 지연의 사람들이 볼 때 옳지 않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실릴 수도 있다.
이때 다른 학파나 지연의 사람들은 부당한 문집의 내용을 수정하라고 강력히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것을 기록한 것이 바로 ‘변파록’(辯破錄) 혹은 ‘변무록’(辨誣錄)이다.

.그러나 수정 요구에 대해 문집 간행자 측에서는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고 재반박하기도 하였다.
그 입장을 기록한 것이 ‘변증록’(辨證錄)이다.
이와 같이 문집의 간행을 두고 학파별로 심각하게 대립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 예로 ‘한강선생언행록류변파록’(寒岡先生言行錄謬辨破錄)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장현광(張顯光, 1544〜1637)의 후손들이 정구(鄭逑 ; 1543〜1620)의 ‘한강언행록’(寒岡言行錄)에 있는 오류를 변파한 책이다.
‘한강언행록’에서 장현광을 정구의 문인으로 기록한 오류에 대해 12개의 조항을 들어 장현광이 정구의 제자가 아님을 밝히고 수정을 요청한 것이다.

또 1905년 8월 이의정(二宜亭) 출간소에서 허목(許穆)의 ‘기언’(記言)을 중간할 때, 김재영(金載永) 등 64명의 인사들은 도산서원에 통문을 보내어 그 책 안에 남명(南冥)과 구암(龜巖)에 대한 부당한 내용이 있으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